전체 글64 에쎄이)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소설을 쓰다 보면 막힐 때가 많다.에쎄이의 경우는 내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것이라 작성이 쉽지만, 쓰고 있는 소설의 경우는 내가 아닌 캐릭터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기에 조금만 방심하면 흐름이 끊기기 일수다.글쓰는 시간이 불규칙한 것도 크게 한 몫을 한다. 전업작가의 경우엔 규칙적인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기때문에 쉽게 몰입하여 글을 쓸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겸업작가의 경우엔 주업(主業)으로 하루의 절반을 소비하기 때문에 남은 시간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몰입의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렵다.아직 글쓰기 경력이 짧은 나는 이러한 난제들을 풀어내는 근육이 부족해 소설쓰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그렇게 버려지는 시간이 아까워 에세이를 시작했다. 소재를 찾고, 개요를 짜고(혹은 의.. 2024. 9. 21. 에쎄이) 실체없는 코로나19의 공포 월요일이 밝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1시간 거리의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집에만 갇혀 있던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주말에 힘을 다 써버린 탓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불과 몇 달전만해도 키즈카페나 롤러장, 극장이나 어린이 박물관과 같은 실내시설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추웠던 탓도 있지만, 전문시설의 아이들 전용 프로그램 힘을 빌리기 위해서이다. 주5일 힘겹게 일하느라 지쳐버린 몸뚱이로는 아이들의 무한체력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하지만 코로나19로 실내의 모든 활동이 금지된 요즘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실내활동 뿐만 아니라 야외활동도 부담스럽지만, 1주일 내내 집에만 갇혀 있던 아이들을 주말에도 집안에 두기는 너무나도 미안했다. 그래서 토요일은 가까운 공원으로, 일요일은 구석에 .. 2024. 9. 21. 에쎄이) 불혹의 나이에 박태환 따라잡 중학교 2학년 그러니까 내 나이 15살이 되던 해에 있었던 일이다. 어린시절의 나에겐 어둠이 가장 큰 공포였다. 전설의 고향이 유행했던 그 시절, 안보면 될 것을 꼭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내다리 내놔'를 외치던 귀신들을 끝까지 본 탓이 분명했다. 닭이 울어 날이 밝으면 귀신들은 물러갔고 날이 저물면 다시 나타났다. 어둠이 귀신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어둠이 내리면 당장에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 밖에 나갈 엄두도 못냈다. 어두운 방에 불을 키러 들어가는 것 조차도 무서웠다. 불을 켜려는 순간 무엇인가 내 팔을 그대로 잡아당겨 어두운 방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둠에 대한 공포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그 정도는 많이 약해져 어두운 골목을 뛰어서 지날 .. 2024. 9. 21. 소설) 원더랜드 #3. 새벽 거리를 걸어 기차역에 도착하니 하늘은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찾았지만 광장 어디에도 시계는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광장 한가운데 서 있어야 할 시계탑이 없었다. 옛날 광장 중앙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세워져 있어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애용했었는데, 넓은 광장 어디에도 시계탑은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날벼락 맞을 놈들. 세금 걷어가서 다 어따 쓰누. 멀쩡한 걸 없애긴 왜 없애.’ 작년 여름 오래된 역사를 새로 짖는다며 그렇게 떠들어대더니 겉모습만 번질나게 해 놓았다. 오래된 것들 중 못쓰게 된 것들을 새롭게 바꾸는 것은 이해를 하겠지만, 멀쩡한 것들까지 바꾸는 것은 이해가 안 되었다. 할머니는 습관적으로 바지춤에 넣어둔.. 2024. 9. 21. 소설) 원더랜드 #2. 2. 휴대폰 알람소리가 울리자 며느리는 곤히 잠든 아이들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남편과 아이들은 가로로 세로로 서로 뒹엉켜 자고 있었다. 여기저기 널부러진 이불을 끌어다 아이들을 덮어주고는 침대를 빠져나왔다. 창밖은 환희 밝아져 있었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온 연희는 차가운 냉기에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 11월 밖에 안됐는데, 거실이 이렇게나 차갑나? 내일 새벽엔 보일러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주방으로 향했다. 마주보이는 어머님 방문이 굳게 닫힌 것을 확인한 연희는 잠시 멈춰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했지만 이내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선 연희는 쌀을 씻어 밥솥에 앉혔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흑미를 조금 섞었다. 아이들이 까만색밥은 무섭다며 먹질 않는 통에 평소엔 잘 넣지 않았지.. 2024. 9. 21. 소설) 원더랜드 #1. 1. 행여라도 발소리가 날까봐 할머니는 까치발을 들었다. 세 평 밖에 안되는 거실이 유난히 넓게 느껴졌다. 현관문에 도착해 문고리를 잡았다. 차가운 바깥 기온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깜짝 놀란 할머니는 하마터면 왼손에 들고 있던 옷가방을 바닥에 떨어 트릴 뻔 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이 정도의 심장소리라면 방에서 자고 있는 아들내외가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할머니는 차가운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어 떨리는 손을 진정시켰다. 그 자리에 서서 잠시 동안 심호흡을 하며 가만히 귀를 기울인 채, 방안의 동태를 살폈다. 하필 아들내외의 방은 현관에서 가장 가까웠다. 거실 벽시계의 초침소리와 주방 냉장고의 모터소리가 들렸지만, 방안에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 2024. 9. 21. 이전 1 2 3 4 5 6 7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