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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에세이

에세이) 점심식사 하러 가는 길

by 글랩 2024. 9. 28.

"사장님도 없는데 오늘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갈까?"

 

"좋습니다. 부장님. 어디로 갈까요?"

 

"어~.  킹송호수 옆에 맛집이 있는데, 거기 괜찮아. 그리 가자고~."

 

"좋습니다. 그럼 다 같이 가시죠~. 오랜만에 콧바람도 좀 쐬고요."

 

:"그러자고. 그럼 11시 30분에 출발할까?"

 

"네. 알겠습니다. 미리 예약해 놓겠습니다."

 

 사무실 저쪽에서 부장과 전략팀장이 점심메뉴를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평일점심때 예정에도 없던 맛집탐방을 하게 된 것이다. 두 달 전 인사이동 후 사무실 근처에서만 점심을 해결했었는데, 맛집탐방이라는 소리에 괜히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기에 나는 모니터 속 숫자에 더욱 집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전략팀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자~! 자~! 점심 먹고 합시다. 오늘은 킹송호수 옆에 맛집에서 점심을 다 같이 먹겠습니다. 차를 타고 가야하니까 미안하지만 진수 씨랑 창현 씨, 이든씨가 차량 운행 좀 해 줄 수 있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차키를 챙겨 빠르게 주차장에서 차를 빼선 1층 입구쪽에 차를 대었다. 그러자 부장님과 총무팀장이 내 차에 뒷좌석에 탑승을 했다. 

 

"더 타시는 분은 없으신가요?"

 

"응.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차에 탔으니까 우리끼리 가면 될 것 같아. 출발하자고."

 

평소 친하게 지내는 총무팀장이 이야기를 했다. 

 

"그럼 어디로 갈까요? 식당 이름이 뭔가요? 네비 찍겠습니다."

 

"아냐. 그렇게 멀지도 않고, 길 알려 줄 테니까 그냥 가자고."

 

"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목적지를 향해 운전을 시작했다. 부장님과 총무팀장은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지리를 잘 모르는 나는 낯선 길이라 살짝 긴장하여 둘의 이야기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큰길로 들어서자마자 내가 물었다.

 

"어느 쪽으로 가야 될까요?"

 

"응. 이 큰 길 따라 쭈~욱 가면 돼. 가다가 빠지는 길 나오면 알려줄게."

 

"네. 알겠습니다." 

 

 나는 초행길이라 살짝 불안했지만, 앞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 뒤로는 우리 회사 일행차량 2대가 더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한 5분쯤 운전했을까? 시내를 벗어나자 꽤 한산한 도로가 나왔다. 도로 양쪽에는 넓다란 논이 펼쳐졌다. 나는 빨리 가야 할 이유가 없었기에 느긋하게 운전할 생각으로  2차로(오른쪽차로)로 빠졌다. 그러자 뒤에 앉아 있던 총무팀장이 말했다. 

 

"1차로로 가."

 

"네?"

 

"1차로로 가라고. 왜 2차로로 가는 거야?"

 

아니 이렇게 다짜고짜 짜증을 낸다고? 나는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꾹~ 참으며 이야기했다. 

 

"차량도 없고, 원래 1차로는 추월차선이 잖아요. 그래서 2차로로 가려고 하는데요?"

 

그러자 총무팀장이 흥분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멍충아! 저 앞에서 좌회전해야 하는데, 2차로로 빠지면 어쩌자는 거야. 그냥 빨리 1차로로 붙으라고~!"

 

그러자 부장님도 한 마디 거들었다.

 

"이뜬 씨, 운전을 참 이상하게 하는 군. 왜 시키는 대로 안하지?"

 

 나는 뒤통수를 크게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어이가 없었다. '200m 앞에서 좌회전할 거야~!'라고 미리 한마디만 말해줬으면 됐을 텐데, 갑자기 이렇게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고? 그렇지만 그걸 따질 새가 없었다. 나는 빠르게 1차선으로 붙어, 비보호 좌회전 신호 앞에 멈춰 섰다. 그러자 총무팀장이 말을 이었다. 

 

"아니, 1차선으로 가라면 그냥 가면 되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이쯤 되자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차를 세우고는 둘 다 내 차에서 꺼지라고 큰 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정말 마음속의 화를 꽈~악 누르고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에이~ 팀장님. 200m 앞에서 좌회전할 거야~!라고 미리 한 마디만 얘기해 줬으면 좋았잖아요."

 

 다행히도 내 목소리 어디에서도 짜증은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차분하지만, 살짝 밝은~ 그런 목소리 톤이 나왔다. 나는 이 순간 내심 내 자신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도 내공이라는 것이 생기긴 하나보다~!라는 자화자찬을 할 정도의 뿌듯함을 살짝 느꼈다. 

 

 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서 짜증스럽게 나를 나무라던 둘은 '끄응~' 하는 나지막한 소리를 내며 말을 잊지 못했다. 백미러로 본 표정에서는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긴 한데 마땅한 답변거리가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맞이한 침묵의 상태는 식당에 도착하는 약 1km의 거리 동안 이어졌다. 

 

 나는 급하게 차를 주차하고는,

 

"도착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뒷 자석에 앉아 있던 둘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뒤 이어 도착한 차량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그중 내 차를 바로 뒤에서 뒤쫓아 오던 차량에 타고 있던 공대리가 멋쩍게 서 있는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팀장님.. 왜 운전을 그렇게 험하게 하세요? 갑자기 차선을 그렇게 휙~ 휙~ 바꾸면 어떻게요? 위험하게."

 

나는 공대리 말을 들으며 그냥 씨익~ 하고 웃어 보이며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멋쩍은지 공대리의 말을 무시하며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식당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공대리가 나에게 물었다. 

 

"팀장님. 무슨 일 있었어요?" 나는 공대리에게 다시금 씨익~ 웃으며 이야기했다. 

 

"아냐. 일은 무슨 일. 아무 일도 없었어. 우리도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