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책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다. 주로 자기개발서와 관련된 책이었는데, 직업이 확실히 정해지기 전 모든 것이 불안한 시절이었다. 그러다 취업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자연스레 책과 멀어졌고 그렇게 몇 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중간중간 책을 읽으며 독서평을 쓰기도 했는데, 그건 순전히 독서평을 쓰기 위한 독서였다. 도서관에 들러 그럴 듯한 책이나 눈에 잡히는 책을 골라 일처리 하듯 책을 읽고 그때그때 순간의 감정을 글로 남겨 블로그에 올렸다. 독서를 했다기 보다는 블로깅을 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때 읽었던 책 중 제목도 내용도 느낌마저도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없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다시 책을 읽고 있다.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조금씩 여유시간이 생겼고, 직장에 다니지만 직업으로의 글쓰기를 선택한 후 텅빈 내면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생각을 글로 옮기다 보면 한 문단도 써 내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이 일상인데, 책을 읽으면 해법을 발견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매일 눈 감기 전 10분과 눈 뜬 직 후 10분은 책을 읽고 있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독자를 못 만난, 혹은 독자를 잘못만난 책이 있을 뿐이다."
- 주철한,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 중에서
오늘 아침엔 주철한 작가의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 라는 책을 읽었다. 그러게 찾게 된 나의 오랜 의문점에 대한 다른 누군가의 철학이다.
"내가 글을 써도 될까? 내가 책을 쓸 수 있을까?"
글을 쓰고 싶다고 막연한 생각을 가진지 십여년이 흘렀다. 그 중 진짜 글을 쓴 시간은 1개월 뿐, 남은 99%의 시간은 모두 저 고민에 대한 정답없는 걱정만 했던 것 같다. 정말 아무런 의미도 쓸데도 없는 사념(邪念). 진지하게 물어 볼 사람도 용기도 없어 방치해둔 근심에 대한 해답이 나에게 닿았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주철한 작가는 이렇게 확신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내가 쓸 책도 나쁜 책일리 없다. 독자를 늦게 만나거나 영영 못 만날 수는 있어도 내가 쓸 책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러면 됐다. 나쁘다는 것은 의미가 없거나 독자에게 악영향을 주는 책 일텐데, 주철한 작가가 그렇지 않다고 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책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가진 의문과 고민에 대해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는 누군가의 철학(생각)을 만나는 귀한 경험을 나는 오늘 독서를 통해 발견했다. 이 자체로도 책을 쓰는 이유가 될지언데, 그 작가가 내가 어떤 내용을 쓰든 그 책은 누군가에게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 확신에 찬 목소리로 격려를 해 줬다. 가슴 한 켠이 따듯하게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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