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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에세이

에세이) 다면평가

by 글랩 2024. 9. 28.

올해도 어김없이 문자가 왔다.

"귀하는 다면평가 대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12월 00일까지 www.0000.com에 접속하시어 평가를 완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문자가 왔으니 이번이 12번째이다. 평가한 사람은 모두 16명 쯤? 한 해에 2명이 온적도 있어서 받은 횟수보다 평가한 사람이 더 많다.

평가대상은 부서장 100%이고, 간혹 승진을 앞 둔 팀장이 온다. 보통은 함께 근무하고 있는 부서장 or 팀장이 오는데, 간혹 작년에 함께 근무했던 부서장 or 팀장이 오기도 한다.

질문은 비교적 간단하다. 총 두가지 항목에 대해서 20개 정도의 작은 질문들을 물어보는데, 첫 번째 항목은 업무적인 능력은 어떤지이고, 두 번째 항목은 업무적 능력을 펼치는데 인성적으로는 문제가 없는가? 이다. 예를 들어 조직의 성과를 이끌어내는데, 직원들에게 부당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가?에 대해서 묻는다.

직원들에게 직위를 이용한 부당한 압력(신체적, 언어적, 경제적 등)을 행사 하지는 않는지, 조직의 목표를 잘 이해하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연구해서 올바른 리더쉽을 보이는지가 관건이다.

1개의 항목당 100점, 10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1개의 문항당 5점인 셈이다.

처음 이 평가를 할 때엔 고민이 많았다. 좋은 관리자가 많았지만, 좋지 않은 관리자도 있었기 때문에 후자의 관리자를 평가할 때엔 어디까지 사실로 답해야 할 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 평가로 이 사람의 앞길을 망치게 된다면 어떻하지?'

'비밀이라곤 하지만, 결국엔 어떻게든 누가 몇 점 줬는지까지 다 알려주는 것 아닌가?' 등 고민스러운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다 이 문자를 6~7번쯤 받았을 때 부터는 나름의 평가하는 방법이 생겼다. 일단 모든 항목을 최고점으로 선택해 놓고, 그 사람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 1~2가지만 살짝 낮춰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평가하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관리자의 자질이 좋던 나쁘던, 완전 X쓰레기만 아니라면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를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평가방식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매우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처럼 보인다. 실제로 긍정적인 효과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불완전 할 뿐만아니라 단점 또한 매우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활용방법을 공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규에 다면평가에 대한 규정과 사용법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만약 사규에 "다면평가는 00 직급 이상의 사원 승진시에 기초자료로 활용되며, 종합평가에서 00%의 비율로 적용됩니다." 라는 정의가 적혀 있다면 성심성의껏 답변 할 것이다. 하지만 사규에 다면평가 내용은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결과 값을 가지고 유추해 보아도 다면평가 결과값을 믿을 수가 없다. 좋게 나올리가 없는 사람은 승진을 해서 관리자로 진출하거나, 당연히 좋게 나와야 하는 사람은 결과가 좋지 않아 승진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있었다. 마치 승진할 사람은 정해져 있는데, 공정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실행한다는 느낌이랄까?

그 사람의 다면평가 결과는 00점이니다. 라고 공개를 해야 되는 것 아닐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처럼 필요한 곳에 아무렇게나 가져다 쓰는 방식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내 대답은 이런 평가엔 참여하고 싶지 않다 이다. 제대로 된 평가방식을 갖추어 공정하게 진행된다면 얼마든지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대답하겠지만, 현재에도 앞으로도 그렇게 활용될 일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잘 못된 시스템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정말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