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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서평&필사

독서평) 사랑의 기술 _ 한스요하임

by 글랩 2024. 9. 19.

"책을 꾸준히 읽겠다." 고 매번 다짐을 하지만 매번 다짐으로 끝나곤 했습니다. 시립도서관에 회원가입도 하고 가끔씩 시간이 나면 문헌정보실에 들려 신간도 찾아보며 좋아하는 작가의 몰랐던 책도 빌려 읽고는 했지만 항상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한두 번은 빌려온 책을 가지고 다니며 어떻게든 반납기한 내에 다 읽고 돌려주려는 노력을 했지만 노력만으로는 회사와 일상에 지친 체력을 끓어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끝나지 않는 업무를 부여잡고 씨름을 하다 보면 깜깜해진 밤하늘에 별을 세며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고 거실의 소파는 아무리 환한 불빛으로 밝혀도 쏟아지는 어둠을 밝히진 못할 만큼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마약처럼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매번 무너지는 자신을 일으켜세워보고자 이번엔 독서토론회 모임에 가입을 하였습니다. 셀프 감독은 매번 눈을 감아 버리니 외부 감독을 영입하는 변화를 주었습니다. 아직 서로의 이름들을 기억할 만큼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 효과는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예전보다 도서관으로 가는 횟수가 늘어나긴 했습니다.

 

이번주 추천도서는 '사랑의 기술'입니다. 중학교 시절 누이의 부탁으로 서점에 가서 책을 사다 준 적이 있었던 책입니다. 그 시절 부탁을 받았을 때 분명 '여자들이란 참.' 하며 한심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누이에게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한심하게 사랑타령이나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가 등짝 스메싱을 맞게 했던 바로 그 책입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비평이라도 할려면 읽어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아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사랑의 기술을 검색해 서가 위치를 확인한 후 책 표지를 살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사랑의 기술]

 

빨간색 바탕에 단풍잎이라니.. 역시나 여자들의 한심한 사랑타령이나 써져 있는 책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수 없이 책을 빌려 집으로 향했습니다.

 

달달한 커피 한잔을 끓이고 유튜브에서 집중할때 들으면 좋은 재즈도 찾아 틀었습니다. 내용이야 어찌 되었던 책을 읽기 위해 준비하는 이 시간이 나는 좋습니다. 가끔은 홀로 카페에 앉아 이어폰을 꼽고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따듯한 라떼 한잔을 시켜놓고 다리를 꼬고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왠지 멋진 도시남자가 된 것 같은 착각도 가끔은 기분을 전환시켜주곤 합니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다시금 살펴보았습니다. 역시나 촌스러운 표지와 폰트체입니다.

 

제목 : 심리학이 들려주는 사랑의 기술

작가 : 한스 요하임 마츠

발행 : 2008년 9월

출판 : 북포럼 (중앙북스 의 인문, 교양 임프린트)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분명 사랑의 기술을 빌렸는데 앞에 소제목이 따라붙었습니다. 심리학? 들려주는? 이거 뭐지? 원래 이런 게 붙었었나? 뭔가 이상해서 동호회 시샵의 공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습니다.

 

공지 : 사랑의 기술, 문예출판사

 

아.. 이런이런. 일단 출판사가 다릅니다. 불안한 맘이 살짝 고개를 쳐 들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사랑의 기술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문예출판사]

 

역시나 불길한 기운은 언제나 맞아 떨어지더군요. 왠지 표지만 봐도 세련된 것이 지금 이 책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두 개의 버튼을 엮어 놓은 황금색 실타래. 저 봉투 속에는 어떤 사랑의 언어가 담겨 있을지 빨리 풀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표지 디자인입니다. 센스가 있네요. 여백의 미도 상당하고요.

 

하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책은 원작의 아류쯤 되는, 그것도 알 수 없는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말장난을 치고야 마는 심리학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심리학에 대한 내 생각을 단문으로 풀어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도 정확히 모르는 내 심리를 너네들이 어떻게 안다는 거야?"

 

평소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학문과 결합된 사랑의 기술. 아 이제는 완전히 읽기 싫어졌습니다. 이건 순전히 동호회 시샵의 꼼꼼하지 않은 공지 탓입니다. 한 작가에 대한 책이 출판사를 달리 하여 출간되는 경우도 많은데 작가의 이름을 삭제하고 단순 출판사를 공지하여 혼란을 야기하다니. 예전에도 헷갈리게 한 적이 있어 참고 넘어간 적이 있었는데 이번 모임에서는 책임을 꼭 따져 물어야겠습니다.

 

지금의 이 무식한 자책의 고통과 심각한 호흡곤란의 창피함을 말이죠.

 

이대로 책을 덮어 버리고 구석으로 미뤄둘까 하다가 이미 끓인 커피와 잔잔한 재즈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책장을 펼쳐 들었습니다. 저 붉은색 단풍잎이 아까부터 거슬리고 있었는데 색깔을 바꿔서 나타난 단풍잎도 여전히 거슬리더군요. 하지만 참기로 했으니 그냥 읽기로 했습니다. 난 쿨한 도시남자이니까요.

 

[심리학이 들려주는 사랑의 기술 목차]

[심리학이 들려주는 사랑의 기술 목차]

 

4쪽에 걸친 머리말과 4쪽에 걸친 목차, 8쪽에 걸친 맺음말을 먼저 읽고 나니 내용은 고사하고 단정적으로 결론짓고 이야기하는 말투, 종이의 색깔과 질감, 편집 스킬과 색감의 사용 등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한 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커피 한잔을 다 마실 때까지만이라도 읽어보자며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하지만 1장의 내용을 읽고는 더이상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자는 사랑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 너무나 많은 오해와 착각을 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파트너를 괴롭히고,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그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사랑에 대한 욕구는 모든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근본적인 것이어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이 주는 기대와 약속에 너무도 쉽게 속아 넘어간다... 중략... 사랑은 상대방이 잘 지내도록 배려할 줄 아는 능력이다. 사랑은 내가 원하는 것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일이다... 후략.."

 

이 문단에서 저자는 사랑에 대해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당신은 이라고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 같습니다.) 사랑에 대해 너무나 많은 오해와 착각을 하고 있다. 즉,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도 사랑에 대해 오해와 착각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무슨 오해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파트너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합니다. 내 가요? 진짜?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방금전까지 나는 특별히 나쁜 짓을 한 것 같지는 않고 그저 독서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똑똑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을 뿐인데, 그저 책 한쪽을 읽자마자 배우자에게 폭력적이고 잘못된 사랑을 전달해주면서도 그 마저도 인지하지 못하고 사는 사회악이 되어버렸습니다.

 

도대체 작가는 무슨 의도로 이렇게나 단정적인 언어를 사용한 것일까요? 작가의 생각을 읽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해주는 우리 독자들을 도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아니면 이 글을 쓴 작가는 혹시 신인가요?

 

그리고 또 있습니다. 작가는 사랑에 대해 '사랑은 상대방이 잘 지내도록 배려할 줄 아는 능력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랑이 과연 이렇게 단순한 문장으로 정의 될 수 있는 말이었던가요? 과연 상대방이 잘 지내게만 배려하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가요? '배려'라는 단어가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 포함되어 있는 그런 뜻이었던가요?

 

적어도 나는 다르게 생각하며 살아왔고 살고 있습니다.

 

사랑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 할 수는 없지만 사랑은 단순히 배려하는 수준의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추상적이고 구체화시킬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의 복합체이며, 마음의 힘이자 권력이고 아픔입니다. 또한 사랑은 단 하나의 감정이나 정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유지되는 그러한 무형의 가치이자 에너지?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인간에게 꼭 필요한 공기처럼, 사랑도 우리 주변에 어떠한 모양이나 색깔 냄새도 가지지 않은채 우리가 들이마셔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도 눈에 볼 수도 없지만 매우 매우 특별한 그 어떤 것. 추상적이긴 하지만 내 머릿속에 담긴 생각은 아마도 이런 쪽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작가의 단정적이고 단순한 정의를 보고 나니 기분이 많이 상하고 말았습니다. 고귀하고 아름답고 숭고한, 감히 인간의 짧은 생각들로 표현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대상을 하찮은 몇 마디 말로 말장난하려고 들다니. 마치 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욕을 퍼붓고 있는 작가를 만난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끝까지 참고 읽어보려고 했는데 결국 여기서 책을 놓고야 말았습니다. 아직도 커피는 반이나 남아 있었는데도 말이죠. 결국 이렇게 되버릴 것을 알았다면 아예 처음부터 펼쳐보지나 말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엔 읽어보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인 든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기 때문도 있고, 읽지 않았다면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할 수도, 이런 작가들도 있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도 결국은 얻지 못했을 테니까요. 세상은 넓고 사람도 생각도 넓은만큼 많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진짜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봐야겠습니다. 이번엔 제대로 찾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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